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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길을 만든다

외교력으로 승부하라

우미영 / 델소프트웨어코리아 대표이사


1. 농부의 마음으로 이끌고 외교력으로 해결한다

외국계 IT업체의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사장으로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요?

우선 매출 규모면에서 많이 성장했습니다. 채널파트너나 직원들, 주변 분들은 질적으로도 발전했다고 말해주세요. 조직이 질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저희 회사 벤더에 대한 시장에서의 위치가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매출도 포함되고, 구성원들의 역량이 높아지고, 실행력도 높고 등 여러 의미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좋아졌다, 탄탄해졌다 이런 얘기를 듣죠. 제일 기분 좋은 얘기예요. 보통 남자 지사장들이 맡으면 양적 성장에 굉장히 집착합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서 농부의 마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부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농작물이 한 몇 달 배추처럼 늦여름에 심었다가 김장할 때 뽑아 쓰는 것도 있고 일년생 벼처럼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기도 하고 어떤 유실수는 몇 년 후에 과실을 보기도 하잖아요. 그런 포트폴리오라고 할까요. 어떤 작물을 어떻게 심어야 할지 나누듯 비즈니스에서도 단기적으로 할 일, 장기적으로 할 일이 있는데 머릿속에 그런 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따라 실행해 나가다 보면 꾸준히 성장하는 기반이 되는 거죠. 저는 그런 마음으로 지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매출이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지만 농부의 관점으로 보면 당장 매출 추구가 옳지 않은 결정일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후자의 관점으로 결정해요. 나쁘게는 여성이 보수적이라고도 하는데 저는 거꾸로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가진 장기적 계획이나 소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그래도 목표와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자리인데 성과와 인간관계간에 갈등이 있지 않나요?

태풍이 오는 것처럼 자기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은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는 농부처럼 하면 사실 위험이 닥칠 일이 많지 않습니다, 미리 생각하다 보니 직원들에게 화를 낼 일도 거의 없고요.

리더가 되고 나면 조직 관리 측면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이제는 제가 중간관리자를 통해 관리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거잖아요. 일단은 저와 중간관리자와 직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하나의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중간관리자의 권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해야 하죠. 중간관리자가 100퍼센트 제에 들 수 없는데 그럴 때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도 제가 할 일입니다.

중간관리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처합니까?

저는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편이에요. 보려고 노력하고. 중간관리자가 잘하는 부분을 칭찬하고 인정해주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을 씁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바꾸라고 하지 않고 제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예가 되어주든지, 그런 방식을 쓰죠.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변화하지 않잖아요. 말이나 지적을 통해 사람이 변화하지 않아요. 시간이 걸려도 깨달음의 순간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공식 석상에서 발표하는 것을 부담스럽고 싫어하는 중간관리자가 있어요. 그러면 그런 기회를 자주 주고 잘 하면 엄청나게 칭찬해 줍니다. 이 방식은 나이를 불문하고 먹히는 것 같아요.

지사장이 된 뒤 직면한 고민이나 위기의 순간이 있었나요?

별로 없어요, 하하. 농사 짓다보면 어느 날 태풍이 와 열매가 다 떨어져 수확이 안되는 일도 생기잖아요. 그럴 때 지사장이 꼭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본사의 이해나 지지를 얻어내는 거예요. 내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은 본사도 이해해요. 그렇지만 농사를 짓다보면, 최선을 다했음에도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죠. 그럴 때는 본사가 이해해주고 믿어줘야 하는 경우도 생겨나는데 그건 지사장의 외교력이라고 생각해요, 정치력이 아니고. 전 직장에서 “제가 디플로매틱한 사람이다, 폴리티컬이 아니고” 라는 얘기를 칭찬으로 들은 기억이 있어요. 지사장은 본사와의 관계에서 그런 일을 해줘야 해요.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여기서 팔려면 한국시장에 대한 기술적 지원이 필요한데 그런 것도 제가 본사와 잘 해놓으면 잘 돼죠. 글로벌로 보면 한국은 작은 시장이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겁니다.

정치력과 외교력의 차이란 어떤 건가요?

전 정치는 하지 않습니다. 외교를 많이 하죠. 정치는 파워를 따라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치력은 파워에 가까이 있거나 파워의 힘을 입거나, 그러는 거죠. 외교력은 내가 어떤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서 어떤 관계들을 설정해내고 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차이가 있어요. 내가 힘에 가까이 있지 않더라도 외교력이 있다면 얻을 거 얻을 수 있습니다. 정치라는 건 제 의지와 상관없이 위험에 빠질 수 있지만 외교력을 발휘하면 거기에 소모하지 않고 내가 얻을 것을 얻어갈 수 있어요.

회사에서도 남성들은 정치를 많이 합니다. 여성들도 같은 시도를 해야 한다고 보나요?

여자가 똑같이 정치하려고 하면 남자들이 견제해요. 저는 그렇게 당해본 적이 없는데 그러면 경쟁자로 의식을 하거든요. 그게 결국 해가 됩니다. 평가를 깎아 내리거나 해서 탈락시켜버리려고 할 거예요. 그런데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면 오히려 주변에서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늘 잘 보이려고만 하거나 이러는 건 아니고, 확실하게 월등한 영역에서는 제가 월등하다는 점을 확 보여줘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처음에 기술영업을 시작하던 때로 돌아가 볼까요. 그때 저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영업들이 데리고 나갔을 때 기술영업으로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줬어요. 단, 전제가 하나 있는데요. 보여줄 때 겸손하라는 겁니다. 잘난 체 하면 밉상이니까요. 가령 영업과 함께 가서 수주를 해와 사장님이 좋아할 때 제가 그런 얘기를 하죠, 우리 영업이 그때 고객이 긴가민가 할 때 결정적으로 딱 잡아줬다고 얘기하지, 제가 설명을 잘해서라고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 알죠, 다 안다고 생각해요.

은근히 고수입니다. 리더십의 덕목으로 무엇을 중시합니까?

신뢰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요. 저 리더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고 그 가치를 일관성 있게 지키는 사람이다, 실현하는 사람이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까?

행복과 성장입니다. 일과 가정에서 행복이 유지되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 제 스스로한테 중요하구요. 직원들을 대할 때도 저 사람들이 행복할까,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직원 중에 성과는 굉장히 좋은데 지나치게 일만 생각하는 직원이 있으면 저는 얘기합니다. “가정도 챙기고, 이런 아빠가 되는 게 좋다” 고요.

업무상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회의를 많이 한다기 보다는 같이 맞추는 시간들을 갖죠, 주로 분기에 한번 하게 되는데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렇게 해”가 아니고, 계획을 세우고 검토하는 과정을 같이 합니다. 직원들이 참여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을 세울 때 관여하고 그 다음은 중간관리자를 믿고 자율성을 강조합니다.

외국회사의 지사장으로 오랜 기간 일해오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어떤 점을 높게 봤다고 보나요?

한국에서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잘 이해하는 게 첫 번째 인 것 같고요. 전문성에 해당되겠죠. 그 다음은 제가 약속한 실적을 잘 지켜내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일 년에 한 번씩 본사에서 직원들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저희 지사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만족도가 높아요. 자체 조직으로서도 안정감 있게 운영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지사장으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끼친 요소로 중소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과 경험을 꼽았습니다.

대학 선배들이 만든 IT기업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그래서였는지 저는 사장 마인드, 제가 회사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늘 절박했으니까요. 중소기업이라 하나의 딜이 있다. 영업 기회가 있다 그러면 그걸 수주하는 게 굉장히 절박했으니까요. 월급 받는 직원으로서 절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절박감을 느꼈던 것 같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2. 어머니 리더십, 책임감 있게 돌본다

절박한 마음이 동력이 되었군요.

초창기에는 이 일 저 일 집사처럼 다 했습니다. 회사에 자금이 없으면 사장님하고 저하고 머리 맞대서 고민하고 카드 긁어서 직원들 국민연금도 내주면서 살림을 같이 산 거죠. 그때 서로 호칭을 선생이라고 불렀는데 “우선생은 회사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그랬어요. 그때는 나한테 다 희생하라는 건가 싶어 속도 상했는데 이제 돌아보면 그 얘기가 맞았구나 생각이 들어요. 여성들이 조직에서 어머니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면 남자동료들로부터 경쟁자로 의식되지 않고 오히려 저한테 와서 남자들에게 하지 못한 얘기도 할 수 있게 되고 그랬어요. 여성 팀장들에게는 어머니 리더십에 대해 가끔 얘기합니다.

어머니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농부의 마음과 통하는데 어머니는 여러 가지 일을 하잖아요, 바깥 일을 하든 안 하든, 육아에서부터 집안일 경조사 챙기는 것 등등. 어머니 리더십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서도 본인이 맡은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갖고 있고, 내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 돌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 기대고 싶게 하는 것, 그런 게 아닐까요.

요즘은 사회적으로 소통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어떤 소통법을 즐겨 쓰나요?

저는 공유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같이 큰 그림을, 숲을 같이 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영업적 내용도 이메일 수신이나 참조를 통해 가급적이면 도움이 될 모든 사람에게 공유해요. 그리고 개별적으로 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많이 합니다. 메일이 오면 답장을 많이 쓰죠. ‘엄청나다, 대단하다, 옛날 내 어떤 때가 생각난다’ 등 칭찬을 담아서요. 본사에 외교력을 발휘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분기에 제가 실적이 좋았을 때 축하한다고 메일이 오면 일일이 답장을 써 보냅니다. ‘당신의 도움이 컸다. 고맙다’고. 외교력의 제일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개개인에게 감사표시를 하고 고마움을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하를 막론하고 네트워킹이 화두입니다. 의식적으로 하세요?

아니요. 저는 고객하고 제 일과 관련된 분들과 친하게 지내요. 그것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하하. 네트워킹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성의를 다하기도 어렵고, 오래 가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나요?

어떤 리더가 되고 싶다기 보다 그냥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55세 정도까지는 돈을 버는 일과,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때 쯤이면 아이들이 대학 졸업도 하고 자유로워 질 것 같아서요. 그 다음에는 기어를 바꿔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일 위주로 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 탐색 중이에요. 교육기회를 갖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가서 영업 교육도 하고, 대학생 멘토링이나 win에도 참여하면서 생각해보려고요.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IT업계에서 리더가 되었습니다. 사원 시절에는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 중 어느 쪽이 중요하다고 보나요?

1997년 IMF가 터졌을 때 회사가 굉장히 어려워져 다른 직장을 알아봤는데 갈 데가 없었어요. 그때 깨달았는데 대학 졸업하고 한 10년간은 자기 전문성을 쌓아야 해요. 전 IT회사에서 홍보, 총무, 개발 등 이일 저일 다 했거든요. 이력서를 써놓고 보니 얘가 뭘 잘하는 애라는 게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다시 창업하는 IT회사를 가게 됐는데 제가 한번 알았잖아요. 전문성이 없으면 장래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IT 서적을 한권 번역했어요. 그리고 나서 사장님한테 제 업무를 바꿔달라고 했죠. 마케팅에서 프리세일이라고, 기술영업을 담당하게 됐는데 성과가 좋았고 좀 잘 나가는 기술 영업이 된 거죠.

영업을 잘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비법이 있었나요?

고객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했어요. 단순히 제품은 아니거든요. 고객은 제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제품이 제공해주는 솔루션을 필요로 해요. 저는 저희 회사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제품도 정보가 필요하면 다 갖다 드리려고 했어요. 그렇게 성실하게 하다 보니까 잘 됐어요. 그 다음에 업계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기술영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제가 3년 동안 2800분을 만났으니 이때 정말 열심히 했죠. 술도 엄청 먹었어요, 하하. 물론 육체적, 물리적으로 남자들만큼 먹을 수는 없지만 미리 일어서 본 적은 없어요. 회사 회식 때도 그랬고 고객들하고야 당연히 끝까지 있어야 되고, 지금도 그래요.

영업이 그리 재밌었나요?

기술영업을 하면서 뭘 발견했나 하면요, ‘내가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구나,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어요. 전에도 친구는 많았지만 이때 직업적으로 제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일주일에 많이 할 때는 프레텐제이션만 10번씩 했어요. 하루에 두 번, 세 번, 정 시간 없다고 하면 밤에도 하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고 영업이 잘 되는 것은 아닐 텐데요.

비결이요, 우선 졸업하고부터 IT업체에서 일해 IT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둘째 영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했고, 그 다음에 돕는 일을 좋아했어요. 어디 어려운 일 생기면 꼭 끼어요. 그 다음에 승부근성도 좀 있어야 되겠죠.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텐데 관계지능이라고 하나요? 영업에서는 촉이 발달해야 한다고 하는데 친화력 같은 관계지능도 있던 것 같아요.

영업을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했나 봅니다.

저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어요. 나중에 그 책 나오고 나서 1만 시간이 얼마만한 시간인가 생각해 봤더니 정말 그때 제가 한 3년 동안 1만 시간, 아니 그 이상 쓴 것 같아요.

이렇게 일에 매진했는데 자녀 양육은 누구의 도움을 받았나요?

친정 어머니가 해주셨어요. 얼마나 잘 키워주셨는지 몰라요. 남편이 인도에 가 있을 때 어머니가 애들을 따라 가서 20개월쯤 계셨는데, 처음 애들이 학교 갔다 오더니 말은 못 알아 듣겠고 “그냥 앉아 있다 왔다” 하더래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어머니가 다음 날부터 온 동네 애들을 집으로 부르기 시작해 닭볶음탕 등 인도애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산더미처럼 해놓고 먹이셨대요. 당연히 우리집이 놀이터가 됐고 우리 애들은 영어가 쑥쑥 늘어서 3개월 만에 완전히 적응한 일화가 있어요.

후배들에게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조절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은가요?

저는 애들이 다 컸잖아요. 제일 아쉬운 점이 애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 직원들에게도 “직장에서 그렇게 성공해야 되나?” 얘기해요. 저는 올라가기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실은 경제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기타 줄을 조여놓은 것처럼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살아온 것 같아요. 음악을 즐긴다든가, 정서적 여유도 없었고요. 아쉽다고 생각해요.

20년 이상 일을 해오는 과정에서 충전의 시간을 가져 봤나요?

남편이 인도 근무할 때 저도 6개월 정도 가 있었고 그 동안에 부족하던 영어와 골프를 보완했어요. 특히 영업은 골프를 많이 치는데 저는 너무 바빠 못 했거든요. 이때 두 가지를 해 놓은 덕분에, 골프는 꼭 아니었지만. 외국계 회사를 가게 됐죠.

리더를 꿈꾸는 여자 후배들은 결혼, 육아 문제 등으로 벽에 부딪치기도 합니다. 조급할 수 있는 후배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성악가 조수미씨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장 좋은 점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음악적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라고. 음악 하는 조수미씨는 선택한 길이 평생 가지만 저는 살아보니까 선택의 시기가 몇 년에 한번씩 왔는데, 한번의 선택이 제 인생을 완전히 결정짓지는 않았어요. 그러니 선택을 할 때 마치 내 인생이 완전히 결정할 것처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최선을 다해 하면 몇 년 지나 다음 선택의 상황에 서게 되고 그럴 때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되는 거죠. 요즘 은퇴 얘기도 많이 하고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하는데 사실 별로 겁은 안나요. 여기서 열심히 하다 보면 또 기회가 올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