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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길을 만든다

솔선수범과 서포트, 리더십의 씨줄날줄

신용자 / 갭 인터내셔날소싱인크 한국지점 IT 이사


1. “안돼” 라고 하기보다 솔루션을 찾아 서포트 한다

회사원, 대학 강사 등 다양한 이력이 인상적입니다.

첫 직장인 KT에는 몇 달 밖에 안 있었어요. 금방 결혼을 해서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갔습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아이들 키우고 수업 몇 개 듣고 그랬어요. 미국에서 5년 살다가 귀국했는데 운이 좋아 대학 강단에 서게 됐습니다. 후배가 교수 모집하는데 한번 지원해보라고 해서 했어요. 가르치는 일은 재미있었는데 그때 제가 몸이 약한 상태라 그런지 목소리가 안 좋아지고 몸이 많이 아파 그만두게 됐어요. 몇 달 쉬다가 회사를 만들어서 학교에 시스템 구축해주는 작업을 했고 이후 갭의 전신인 회사로 입사해 지금까지 왔습니다.

임원의 자리에 오기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장점이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오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다 받아서 성심 성의껏 완벽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저런 일을 할까’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줄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잘 받아서 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 ‘내 일이 아닌데’ 하고 귀찮아 한다거나 그러면 기회를, 행운을 놓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하기 어려운 일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때도 “안돼” 라고 하지 말고 솔루션을 찾아보려고 적극적으로 서포트 해주면 좋아요. 이렇게 하는 게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하면 시스템적으로 편안하게 해줄까 고민합니다. “그건 안돼요” 라고 하기보다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주면 오토메이션 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자체적으로 안되면 본사에 얘기한다거나 노력을 많이 하죠. “이건 지금 안 되는 데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지금은 안되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고 그에 대해 업데이트 해주고, 정 안되면 올해는 이런 사정 때문에 어렵겠다고 얘기해줍니다.

여직원들은 맡은 일과 다른 일이 주어지면 “이건 내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사님은 좀 달랐나 봅니다.

네, 어쨌든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호기심이 발동하니까 좋았어요. 부서원들한테도 그렇게 얘기하죠, “우리 부서에서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해요?”하고 물으면 “이게 다 좋은 거야”. 그렇 얘기해요. (웃음).

회사의 기대도 있을 텐데 임원이 되고 나서 어떤 부분이 달라지셨습니까?

글쎄요, 승진하고 나서 조금 더 열심히 일을 하게는 되더라고요. 다른 부서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노력도 조금 더 하게 됐고요. 그 전에는 그렇게까지 눈을 많이 돌리지 않았는데 제가 미리 요청해서 밥도 같이 먹고 합니다.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더 긴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IT쪽으로 뭐가 필요한지도 많이 들을 수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밑에 직원들이 더 편해지는 부분도 있어서 좋아요.

일도 바꿔보고, 직장도 옮겨 봤는데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주로 봤나요?

사실 제가 헤드헌터나 일을 찾아가고 한 건 아니고요, 제안이 오면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순리에 따라서 지내왔어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오면 순응해서 하면서 이렇게 된 점이 많아요. 저는 임원이 되겠다거나 그런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요.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이 되지 않아 좌절한 순간이 있습니까?

제가 부장에서 이사 승진이 안 됐을 때, 그때는 조금 그랬습니다. ‘아 나도 이사가 되면 좋겠다, 나는 왜 안될까? ‘좌절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기운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럴 때 어떻게 했습니까,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저는 바로 위의 보스한테 “어떻게 하면 이사가 될 수 있나요?” 솔직히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회사는 직무가 늘어나야 승진을 시켜줄 수 있으니 다른 직무를 늘려보자” 이런 대답을 들었습니다. 제 보스는 홍콩에 있는데 오픈된 분위기라 그런 대화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어요. 제게 같은 질문을 해온 직원도 있었는데 그럴 때 저도 제 상사처럼 말해주었습니다.

커리어를 쌓아오는 과정에서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까?

1년 정도 두 상사 사이에서 두 분의 요구사항이 다를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가 판단하기 어려웠던 일이 있습니다. 서로 요구하는 바가 달랐거든요. 이분은 자기한테만 알려주기를 바라고, 저분은 자기한테만 알려주기를 바라고…. 좀 지나니까 해결이 됐죠. 특별한 방법은 없었고요. 그냥 한 분이 이렇게 해달라고 할 때 잘해드리고, 다른 분께도 잘 해드리고. 두 분을 각각 잘 보좌해드렸습니다, (웃음). 아유, 이분은 왜 이럴까 이러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했어요.

상사나 부하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해외에 있는 보스와는 전화로 2주에 한번, 한 시간 정도씩 얘기를 나누고 직원들과도 같은 간격으로 일대일로 대화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건 회사의 방침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 밑에 직원 세 사람, 위의 보스 한 분, 그리고 한국의 오퍼레이션 상무님을 포함해 다섯 번 정도 있습니다. 일대일 대화 때 인도에 있는 제 상사는 제가 뭘 하는지 잘 모를 수 있으니까 그에 대해 얘기하죠. 직원들과는 집안 얘기 등을 포함해서 어려운 점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합니다. 그 동안 제가 서포트해 주기로 한 일이 있으면 그에 대해 진행 과정도 듣고요. 이런 시간을 통해 사람들이 낙동강 오리알 같은 느낌이 안 드는 거죠. 어쨌든 자기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 중요하니까요.

어떤 리더인가요?

원칙에 충실한 리더이고 항상 더 좋을 수 있다는 쪽에 목표를 두고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IT부서는 고객 서비스를 하잖아요. 그럼 우리 회사 직원 분들이 다 고객이니 어떻게 해서든 재빨리 서포트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되는 거죠.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프로세스를 잘 지키고 절차를 밟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꼭 지켜야 하는 건 지키고 자신의 리소스가 모자라 오버타임 하게 되면 그때 다시 자신의 리소스가 얼마나 쓰이는지 잘 계산하고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해요.

더 나을 수 있다는 목표를 주고 격려해줌으로써 능력을 더 발휘하게 한다는 의미입니까?

네, 내가 지금 요만큼만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조금 더 높은 목표를 세워서 자기계발을 하는 겁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것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늘 생각하면서 의견도 내고 하자고, 그냥 주어진 일에 만족하지 말자고 얘기하는 거죠. 단 각각의 목표를 잡을 때는 너무 높게 잡으면 좌절하니까 의논해서 해요. 목표 설정은 의논하되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 지 기준은 잡아주며 합니다.

리더가 되고 보니 여성 중간관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도 그의 강점이 무엇인지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노력하는 시간이 우선 필요하고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은 기다려 줄 수 있는 참을성도 필요하겠죠. 저도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사실은 제가 좀 디멘딩 하대요. 그래도 기다려주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어떤 일은 기다려도 되는 것이 있고 어떤 일은 빨리 해야 되는 게 있으니까 구분해야 해야 돼요.

이사님의 리더십의 덕목을 꼽는다면요?

솔선수범과 소통입니다. 예를 들어 주위가 지저분하다거나 하면 제가 정리하죠. 또 내부 직원들에게 더 상냥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따라서 하니까 그런 면에서 솔선수범이라고 했고요. 원칙을 지키는 것도 먼저 따르는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위에서 전달해야 할 상황이나 꼭 알아야 할 것들은 회의나 정기적으로 하는 담을 통해서 전합니다.

말하는 모습이 소녀 같으면서도 굉장히 차분하세요. 화를 내기도 하나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손해니까 화를 내기보다 굉장히 단호하게 얘기할 때가 있죠.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데 어떤 일에 화가 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으면 조심할 수 있습니다. 제가 화가 나는 경우는 직원에게 이렇게 요청했는데 자기가 나름대로 해석해서 다른 방법으로 해올 때 화가 나요. 그렇다고 화를 내서 될 문제는 아니고, 가끔 단호하게 얘기를 하죠. 나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참 화가 난다, A로 해달라 그랬는데 B로 해가지고 오는 건 부하로서 지시사항을 한 게 아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지시 사항을 잘 몰라서 변형한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알려주고,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정확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평가에 관한 한 냉정한 편인가요?

네, 조금. “당신의 이런 점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이런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거든요. 어쨌든 들으면 기분은 안 좋을 거예요. 제가 너무 꼬집어, 파고들어서 얘기하면 그럴 때는 마음이 상했다고 하기도 해요. 그러면 저는 작정을 하고 그렇게 했다고 설명하죠. 그러면서 제가 못 보는 것도 있을 수가 있으니까 그런 점은 항상 얘기해달라고 합니다.

여성 리더의 롤모델이 있습니까? 어떤 점을 배우고 싶은가요?

홍콩 갭의 카렌 청. 그분은 재무 쪽이었는데 IT까지 맡은 적이 있어요. 그분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IT 업무나 장기 계획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하게 잘했어요. 우리 IT가 앞으로 1년 안에, 3년 안에 이런 일을 한다는 플랜을 요약해서 알아듣기 쉽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잘 만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 가죠. 목표설정, 요약 프레젠테이션, 커뮤니케이션, 추진력이 돋보였어요. 그리고 대충 듣고 넘어가지 않고 이해가 안 되면 이해가 될 때까지 물어요. 그런 부분도 참 좋았습니다.

어떤 리더이고 싶은가요?

사람들과 소통이 잘 돼서 동기부여를 해 수 있고 앞으로의 커리어에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잘 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지원해주는 것이 좋은지 잘 알고 도움을 주는 리더였으면 합니다.

WIN의 멘티들은 어떤 고민을 많이 상담하나요? 그리고 어떤 식으로 답을 해주나요?

육아 문제, 상사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가령 상사가 자기 생각과 다른 지시를 해서 힘들다고 한 멘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한 조언은 우리말에 ‘욕을 먹는다’ 이런 말이 있다. 욕을 듣고 흘러가게 하면 되는데 욕을 먹으면 기분 나쁘니까 들어서 흘러가게 하라고, 욕을 먹는 순간 내 것이 되니까. 상황이 그런 걸 어떻게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 내 성질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 욕을 먹지 말아라 이렇게 얘기 해줍니다. 불만이 있고 힘들고 속상할 때는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듯이 내가 이렇게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봐라. 말해 보면 달라질 수 있다고 해주죠. 한편으로는 그 상사가 계속 내 상사가 아니니까 버티고 기다리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있을 거고요. ‘모든 사람이 다 나의 스승이다’ 그런 얘기가 있듯이 사람들한테 서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말 하는 그 자체가 치유가 된다고 할까요. 같은 직장에서는 오히려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WIN에서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멘토링이라는 울타리가 있잖아요. 울타리 안에서 이야기하니까 치유의 효과가 되는 것 같아요.

은퇴 후의 다른 일을 계획하고 있나요?

아직은 막연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이나 스킬을 나누고,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하는 프리 온라인교육사이트에 관심이 갑니다. 운영자의 철학이 혁신적이라서요. 우선 현재를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 무엇이라도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계속 하면 밝은 미래가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하나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겠죠.



2. 마음으로 미소 짓고 나를 보며 나아가라

한창 일이 많은 여성 중간관리자들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예전에 제가 사업을 담당할 때는 아이가 어렸는데 늦게 끝날 때가 많아 힘들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쓴 ‘하루 3시간 엄마 냄새’라는 책이 있는데 아이가 엄마 냄새를 하루 3시간은 맡아야 된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서 짜증 부리고 하는 것은 엄마 냄새 3시간을 못 맡아서 그런 거래요. 그런데 공부하라고 잔소리 하고 이런 것은 엄마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게 아니래요. 아이들 어릴 때는 엄마 냄새 3시간은 맡게 해주면 좋겠어요.

여성들의 육아나 집안일에 남편이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이사님은 어땠나요?

네,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어요. 그럴 때 어떻게 하면 도와주게 할까 잘 설득하여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물 달라고 할 때 물만 잘 갖다 줘도 좋은 방법이에요. 해달라지도 않는데 괜히 뭐 해주려고 하지 말고, 해달라는 것부터 잘 해주는 거죠. 물 달라고 하는데 “오렌지주스 먹지?” 이러지 않으면 된다는 거죠. 일단 해달라는 것을 해주면 가슴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거잖아요.

이런 저런 일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가슴으로 미소 짓기. 불교 신행의 수행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냥 가만히 정지해서 내 가슴 속을 쳐다보면서 거기서 미소를 활짝 짓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선 웃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입 꼬리를 올리고, 이빨을 보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겉에서부터 마음으로 파동을 통해 옮겨진다고 할까요. 스트레스를 푼다기 보다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미리 푸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을 덜 만나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그런 얘기가 그냥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사님은 순리대로 왔다고 했는데 후배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니까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면 좋아요. 다만 그게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향해 찾아가듯 신기루일 수도 있잖아요, 너무 목표에 매진해 일만 하다 보면 내가 없어지거나 거기 파묻혀서 나중에 허망할 수도 있으니까 자기 모습을 바라본다는 입장에서 노력해 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거죠. 내가 나를 단련하고 수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내가 나를 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달할까 사유한 후 지혜를 모아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말 하지 않고 속으로 투덜거리면 나도 손해고 조직에도 해가 됩니다. 말을 할 때는 한 템포 늦추는 연습이 필요해요. 말을 한번 머금는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이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다른 표현으로 해야겠다고 떠오를 때가 있어요.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