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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길을 만든다

전문가 트랙에서 임원되기

김효정 / 한국IBM 소프트웨어그룹 상무


1. 내 일만 하던 나, 아키텍트 전문가 커뮤니티 활동으로 눈을 떴다.

외국기업에서 임원이 된 분들이 이직이 잦은 편인데 상무님은 쭉 한 직장에 몸담아 왔습니다. IBM이 체질에 맞았나 봅니다.

제가 취직을 결심하고 보니 대기업 공채 시즌이 지나 있었어요. 그때 형부가 IBM은 수시로 직원을 뽑는다고 일러주어 한국 IBM에 찾아가 지원했고 합격이 됐습니다. 처음 일했던 곳은 영문 소프트웨어를 한글화하는 개발부서였는데, 제게 행운이었던 것은 부서 분위기가 가족적이어서 신입사원이 제가 적응하기가 좋은 환경이었다는 것이죠. 시니어가 주니어를 많이 챙겨주는 분위기가 보니 배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대학 때까지만 해도 워낙 모범생 생활을 해서 다른 회사에 들어갔으면 저 같이 융통성 없는 직원은 오래 못 버티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도 많이 합니다. 당시 공대에 여자가 드물던 시절이라 다양한 대학 생활을 할 기회나 조언을 못 받았던 것 같습니다.

회상해 보면 기본적인 수업과 시험 본 거 외에는 지금도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회사 처음 들어왔을 때 회식 문화가 신기했을 정도니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 거죠. 첫 회식에서 선배들과 아구찜과 해물탕을 먹게 되었는데 ‘아 이런 음식도 먹는 구나’라고 했으니까요.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회사에 들어왔지만 제가 사회적 관계와 조직문화에 적응 하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참을성 있게 지켜봐 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스스로 방향을 깨우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업문화가 뒷받침 됐다고 봅니다. 우연히 IBM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최적의 의사결정이었고 굉장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맞는 회사를 찾았다니 행운입니다. 어떤 일을 하며 커리어를 다졌나요?

처음 10년은 주로 고객사에서 시스템 아키텍트로서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했고, 이어 3년은 무선 신규사업부에서 솔루션영업, 그 다음 10년은 소프트웨어의 기술영업조직에서 소프트웨어 클라이언트 아키텍트로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언급한 3년간의 무선 신규 사업부 근무 기간 중에는 신기술 즉 스마트카드, 텔레매틱스, 모바일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한 시장 형성, 비즈니스모델 및 기술구체화 부문에서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 바쳐서 몰두하였습니다. 제가 항상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편이었고 그것이 제가 컴퓨터 공학을 선택한 이유였으니까요. 당시 무선사업부가 저의 이러한 성향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구조였고, 또 당시는 실장이 되기 직전이라 일에 대한 집중력이 정말 남다른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시절만큼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제 인생을 모두 투자한 시기는 없다고 해야 할까요? 제 남편이 오죽했으면 “당신한테는 가족이 있다. 돌봐야 할 애들이 있고 회사가 다가 아니야”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시어머님과 같이 살아서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회사 생활에서 가장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신생 사업부가 생긴지 3년쯤 지나 그 조직이 없어졌거든요.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0년 당시 IBM에서 전세계적으로 무선 신규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기대를 갖고 투자를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너무 일찍 투자를 했던 거죠. 현재와 같은 사회적인 기술 인프라스트럭처와 성공사례가 흔치 않다 보니 처음 예측했던 규모의 비즈니스 결과로 잘 연결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모바일 붐이 일지 않았던 거예요. 사실 상당히 허탈했습니다. 조직이 없어지면서 그 동안의 수많은 노력을 뒤로 하고 기존의 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을 때 겼었던 심리적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후 회사의 전략과 나의 역량을 최대한 연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2000년대 초반은 제게 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나를 찾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나의 기술적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프트웨어 기술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선택의 또 하나의 이유는 조직 변화로 제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습니다. 당시 제게도 소프트웨어 분야만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도 없었고, 이러한 자산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조직 변화와 무관하게 시간을 투자해볼 만 하고 저의 아키텍처적 그리고 기술적 역량을 결합하면 회사에서 바라는 비즈니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IBM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 트랙 임원입니다. 이 길을 열어준 계기가 있습니까?

2004년쯤 소프트웨어 클라이언트 아키텍트 조직으로 와서 아키텍트 역량에 기반한 기술영업을 담당했을 때,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로서 고객의 환경과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IBM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잘 연계할 수 있으려면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려면 아키텍트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다시 한번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설명 드리자면 IBM에는 기존 조직 구조와 별도로 내부의 자발적 자원봉사 단체처럼 운영되는 전문가 프로페션 조직이 있는 데 회사 내 각 조직원의 전문성 커리어와 관련된 역량 개발과 인증을 제공하는 커뮤니티입니다. 그리고 프로페션 인증은 HR과 연계되어 있어서, 관리자가 아닌 전문가가 차장에서 실장으로 승진 시 필수적으로 프로페션 조직이 인증한 인증 수준에 따라 승진이 가능한 구조로 운영됩니다. HR과는 느슨하게 연결된 구조라고나 할까요?

아키텍트 전문가 프로페션으로 인증 받기 위해서는 후보 아키텍트가 필수적으로 이수 받아야 할 교육 중 ‘아키텍트 사고방식’이라는 교육이 있는데 어느날 이 교육을 수행할 강사를 모집한다기에 제가 이거다 싶은 마음에 자원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론적 토대를 다져 제 일을 잘 하기 위한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하려면 내용을 100퍼센트 소화해야 가능하니까요. 제 자신에게 강제성을 부여한 거죠. 그런데 강사로 사내 자원봉사를 하면서 제가 그 동안 놓치고 보지 못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그때까지 제가 잘 못했던 커뮤니티에 자연스럽게 주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사내 다른 조직의 여러 분들과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사내 전문가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 겁니다. 또 수년간의 강사 커뮤니티로 인해 서로 간의 믿음이 생겨 업무에 도움이 필요할 경우도 요청하면 서로를 지원해주면서 좀더 쉽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존 제가 속한 조직의 비즈니스 실적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제가 전문가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는 부족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맡은 일을 남들과 차별화하여 좀더 잘 해보려는 목적으로 시작하였던 것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것 외에, 좀더 남에게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역량 증진 그리고 강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업무 적용 및 자산 생성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제가 IBM에서 가장 잘한 의사결정은 아키텍트 커뮤니티에서 강사 활동을 자원한 거라고 봅니다.

임원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는 않았나요?

제 신조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예요.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는 거죠. 사실 상무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제 아키텍트 커뮤니티 활동을 눈 여겨 본 당시 프로페션 리더께서 한번 지원해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IBM에서 전문가 임원이 되려면 요즘 입학사정관제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처럼 패키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대부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리고 내부 의사표현 절차를 대부분 잘 몰라요. 내부 프로세스와 내용에 대한 고민 때문에 흐지부지 되는 일도 많고요. 제가 그분께 “어떻게 전문가 임원에 지원하면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관련 내부 절차를 간략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외에는 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중간에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한적이 있습니다. 절차가 복잡했다기 보다는 꼭 전문가 임원이 되어야만 하느냐라는 의문이 있어서였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인데 누구나 남이 안 갔던 길을 간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니까요. 어찌하든 중간에 여러 가지 사건이 있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결국 그 전문가 상무님 이후로 제가 7년 만에 전문가 상무가 됐습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사실 전문가 상무 수준의 아키텍트 인증을 받는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HR에서 상무로 승진 시켜주는 것은 절차상 별개의 일로 되어 있어서 상무 승진은 별도로 1~2년 걸릴 수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전문가 상무 인증을 받은 데 목적을 두었지 실제 HR에서의 상무 직급으로의 승진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희소한 일이었다 보니 승진까지 주어졌던 것 같습니다. 실제 IBM내 아키텍트 전문가 상무 수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협업, 리더십 역량 강화, 그리고 후진양성이 비즈니스 실적 못지않게 큰 영역 중 하나입니다. 무선 비즈니스를 하면서 글로벌 협업 경험, 아키텍트 역량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 및 강사 활동을 하면서 멘토링 및 후진 양성 경험 등이 저를 현재를 있게 한 것으로 봅니다. 저는 제가 맡은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우연히 아키텍트 커뮤니티 강사 활동과 연결되었고 그때부터 제가 지름길을 걷게 된 것으로 봅니다. 요즘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르는 직원 분들이 인사를 해요. 그럼 저는 제 강의를 들었던 분들인가 싶습니다.

선배가 끌어주셨다고 했는데 임원이 된 뒤에는 내리사랑을 보여주고 있나요?

사실 제가 전문가 상무 인증을 받기 몇 달 전 그분께서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감사의 인사를 할 기회를 미처 갖지 못한 거죠. 평소 그분께서 “너도 너의 후배들한테 베풀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게 길을 알려준 선배님이 있었던 것처럼 저도 어떻게 하면 이런 길을 밟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항상 도전해보라고 합니다. 요즘 뒤돌아 보면 이제는 제가 직접 뭔가를 잘 하는 것보다 후배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건 급여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본인들이 희망한다면 전문가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지식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유지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키텍트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분들 중에는 지금도 회사를 그만두신 분들이 드물 정도입니다. 숫자로 좌우되는 것이 아닌 커뮤니티의 힘이 그만큼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봅니다. 제가 전문가 임원 인증을 받고 실제 승진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경력이 실장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던 많은 후배 분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변화가 시작된 거죠.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IBM이 추구하는 아시아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맞물려서 저도 이분들에게도 관련 지식 전수 활동 및 전문가 임원으로 경력을 쌓기 위한 멘토링에 지속적으로 참여 있습니다.

전문가 트랙의 임원으로 후배들에게도 자극이 되겠군요.

현재 전문가로서 일을 하면서 추후 관리자로의 승진을 희망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관리자로 가지 않고 전문가 트랙에서 임원이 되고 싶은 분들도 있습니다. IBM에서는 전문가 임원 겸 관리자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런 분도 계시고요. 만약 두 가지를 모두 바란다면 거의 가정은 포기해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레벨에 따라 다르지만 전문가임원의 최종 레벨인 DE 경우 미주지역에서는 관리자인 분이 거의 없습니다. 아시아권은 몇 분 계시죠. 아마도 문화적인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전문가 상무이면서도 현장에서 제 고객을 지원합니다. 보통 국내 기업은 상무가 되면 전문가이길 포기하고 관리자로 바뀌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전문가로 크신 분들이 내부관리자로 바뀌면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아마도 WIN의 활동 중 하나도 미리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게 하여 준비된 여성관리자 및 임원을 많이 양성하자는 취지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IBM내에서는 관리자임원으로 혹은 전문가임원으로도 본인 선택 여하에 따라 계속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관리자가 되기를 망설이거나 고객과 계속 만나면서 현장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 분들은 제가 소프트웨어 클라이언트 아키텍트 역할을 하면서 임원승진이 된 것을 보고 ‘나도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듀얼 커리어를 선택가능 하게 열어둔 것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봅니다. 흔치 않은 전문가 임원으로의 커리어가 한국 내에서도 잘 정착되느냐라는 것은 커뮤니티 스스로 그리고 직원 스스로의 숙제이지요.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관리자가 아닌 전문가에 대해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장단점이 모두 있기 때문에 결국은 본인의 최적의 의사결정에 기반하여 선택한다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생각을 합니다. 변화가 많은 시기이고 이러한 변화가 좀더 빨라지고 있어서 오늘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일은 가능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요즘 임원의 직함 보다는 전문가의 길을 꾸준히 가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벤치마킹 하면 좋겠네요.

사실은 이 부문이 아주 아쉬운 부분이예요.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관리자로 확 바뀌어서 기존의 전문 지식을 써먹지 못한다면 낭비일 테니까요. 외국에는 CEO가 직접 프로그램을 짜면서 일하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이런 길을 열어준다면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하고 앱스토어를 만들면서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을 선보였듯이 요즘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비즈니스 모델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경계를 뛰어넘는 일들이 이미 산업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예전과 같이 전문가로서 승승장구 하다가 최종 경로가 관리자로 귀착되는 현상은 현장의 실제적 상황을 기반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봅니다. 다행인 것은 일부 국내기업에서도 개발자나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거기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부문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외부 아키텍트 커뮤니티의 아키텍트 인증 제도 생성에 기여한 적이 있고 업계의 관심과 초기 시작이긴 하지만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의 활동 외에 비즈니스 부분에서 승진에 영향을 끼친 노력이나 성과는 뭔가요?

신규사업에 있다가 소프트웨어 기술영업 조직으로 옮기고 보니 이 조직에서는 당연히 제가 새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잘 안 맡으려던 분야, 흔히 말하는 자갈밭 영역을 맡았습니다. 주로 IBM과 비즈니스 관계가 없는 고객 군들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게는 30배~ 40배 정도 지원해야 할 고객이 많았죠. 당시 기억나는 것은 이렇게 많은 고객들로 인해 제가 내부에서 업무 요청을 받아 들여야 하는 곳도 다른 동료들에 비해 3~4배 많았습니다. 처음 4~5년간은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신경을 썼던 것은 어떻게 하면 재활용 가능한 자산을 남기는가와 많은 고객들의 다양한 요청을 대응을 하다 보면 낮아질 수 있는 품질 저하를 방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품질이라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고 나와의 약속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작은 중소기업 고객 요청이라도 일단 수락했으면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실제로는 품질을 낮추어 나태해지려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한번 쉬운 길을 선택하면 다시 그 길을 선택하고 싶어질 것 같아서요.
그리고 힘들긴 하지만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쌓아가자 라는 생각에 IBM 전세계적으로 강한 분야 그러나 한국 지역에서는 유난히 약한 분야인 유통 산업을 택하여 IBM 지식 네트워크를 통해서 유통산업 지식을 올리는 데 특히 더 신경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결국은 전문지식과 산업 지식은 서로 융합되어야만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도 가장 어려운 것은 산업 지식을 얻는 거라고 봅니다. 기술 분야는 언제든 시간만 투자하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산업지식은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어서 유통 분야의 고객에게 다가가 고객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오퍼링이 필요했고 기존 단발성 요청에 대한 대응 이외에 제가 주도하는 고객 워크숍 오퍼링을 만들어 내었고 이를 통해 기회가 되었을 때 유통 고객 담당자들과 만나 좀더 긴 시간 만나서 인터뷰를 겸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IBM의 솔루션 역량을 소개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대화가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고객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배경까지 자세히 알게 되고 업무를 이해하면서 인맥도 쌓이더군요. 2005년부터 워크숍을 시작해서 매년 두세 군데 꾸준히 하게 되었고 수많은 고객에게 기술 영업을 하면서도 특정 시간을 투자하여 워크숍도 동시 진행을 하였습니다.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8년 가량을 여러가지 기술 변화의 방향에 맞추어 진행하다 보니 상당히 많은 자산과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8년 전 팀장 분들이 이제는 임원이 돼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고, 이런 점들이 제가 상무가 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어서 저도 변화하듯이 고객들도 변화하더군요. 항상 현장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요구사항과 새로운 관계를 유지 관리해야 하는 것은 제게 지속적인 도전입니다. 사실 아직도 지식 분야는 몰라도 관계 관리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힘든 분야에서 열심히 하며 고객과 함께 성장했군요.

네, 사실 끊임없이 고객과 접촉해야 관계가 유지 되거든요. 요즘은 주위 분들에 대한 업무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실행 속도가 늦어져서 고민 중입니다. 그 동안 제가 맡았던 분야가 발전하면서 고객 분들의 IBM에 대한 요청이 좀더 많아졌습니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하여 업무 이양을 하면서 협력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제자신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다음 단계의 전문가 임원으로서 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 성장을 해야 하는데 아직 선택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전문가 임원으로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사내 기술 커뮤니티 자원봉사 활동이 점점 많아져서 고객 업무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진 것은 아닌가 싶어 시간 배분에 대한 고민도 합니다. 작년에는 전세계 IBM의 최고 기술 전문가 모임인 IBM 기술 아카데미에도 회원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IBM 기술 아카데미 프로젝트 활동도 별도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커뮤니티 일에 신경 쓰고 있는 이유는 저의 다음 단계 성장 영역을 찾고 한국 IBM에서 거의 없었던 이러한 시도들로 인하여 후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베풀 수 있도록 해보고자 해서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이외에 별도로 시간 내어 투자하는 영역이 글로벌 및 외부 네트워크 연계입니다.

업무를 넘기면 내 영역이 줄어드는 것 같아 머뭇거리기 쉬운데 어땠습니까?

작년 언제인가 일이 겹쳐서 힘들었습니다. 밤을 새워야 할 상황이었죠. 같이 일하시는 분에게 한숨 섞인 어조로 지나가는 말로 얘기했더니, 그분이 “직접 하시니까 그렇죠. 다른 사람에게 넘기세요” 이러더군요. 그래서 그분께 확 넘겼더니 일이 더 잘되는 거에요. 그 다음부터 일없다고 저 찾아오는 사람들 있으면 사정없이 넘깁니다. 물론 그 사람의 KPI하고 연관된 일들로요. 사실 회사에서 강조하는 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일에 대해 별로 익숙했던 사람이 아닌지라 처음에는 잘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결과는 더 좋더군요. 그렇다 보니 전문가로서의 저의 영향력이 많이 약화된 것을 느낍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저를 찾지 않고 그분을 찾으니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다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제가 붙들고 하고 있었구나 라는 자각과 함께 제가 차별화해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새롭게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말 이제는 변화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마찬가지구요. 시장이 변화하고 그에 맞춰 회사가 변합니다. 새로운 신인들이 회사에 등장하고 그분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이것이 조직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여러 가지 중에서도 현재는 일단 후배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사내 외 영향력 부문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2.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길이 열린다

임원이 되고 나서 달라지건 뭔가요?

하하, 예전에는 몰랐던 의미를 깨닫고 있다고 할까요? 전에는 누가 회식 가자고 하면 귀찮아 하고 “아유 할 일도 많은데” 했어요. 요즘도 여전히 바쁘기는 하지만 회식이나 외부 커뮤니티 강의 혹은 모임에도 되도록 참석하려고 합니다. IBM내 여러 사람들이 상당히 바쁘게 일을 하고 있지만 그러는 와중에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부문에서는 좀 취약합니다. 내부에서도 너무나 익혀야 할 것이 많아서 비즈니스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외부 지식 커뮤니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사실 비즈니스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협업 네트워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호기심이 많은 것과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한번 수락한 것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 등이 결합되어 한번 외부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니 여러 가지가 연결되기 시작하더군요. 제가 그 동안 자신도 모르게 얻게 된 것을 후배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후배들이 잘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분야 즉 글로벌, 전문가 커뮤니티 양성, 후진 양성, 외부 세계 연결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와 저 자신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효과적인 비즈니스 결과 창출을 위해서는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저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커리어 관리를 위해서 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다른 차원의 공부, 부족했던 소셜라이징이나 네트워킹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WIN 활동도 그런 차원입니다. 사실 그동안 전문기술영역 외에 등한시 했던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대학원도 다니고 있고요. 또 후배들의 발전을 돕기 위해 저도 한 단계 뛰어넘어야 하다 보니 전세계 IBM내 전문가들이 모인 아카데미 오브 테크놀러지(AOT)라는, 학술원 같은 조직에서 업무와 별개로 별도의 내부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 커리어인 DE 후보 양성 프로젝트에 작년에 이어 내년 프로그램에도 다시 신청을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대학원, AOT, DE 도전 프로젝트 등 모두 글로벌 프로그램인 관계로 모두 주말, 혹은 밤에 영어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아주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현재 제가 회사에서 부여 받은 역할과는 별개의 일이죠.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방향이 글로벌 협업, 그리고 외부 협업이 중요해 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제 자신에게 도전 과제를 부여하기 위하여 일단 신청부터 먼저 했습니다. 이후 일정 관리를 통해서 가능한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 및 준비를 하고 이를 통해 저의 추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영역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 배분을 하고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요즘 일정은 주중은 회사일, 밤이나 주말에는 커리어 관리 프로젝트가 시작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가지 작은 예를 들자면 최근에는 한 직원이 찾아와 거래업체 관계자와 만나야 하는데 모임을 좀 주선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제가 외부 커뮤니티를 통해서 관련자 분을 안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 요청한 것이죠. 이 분은 제가 대외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만난 분이라 어렵지 않게 자리를 만들었어요. 사실 아주 작은 예이긴 하지만 IBM도 조직적으로 일하긴 하지만 의외로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식적인 통로보다 좀더 쉽게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저의 현재 KPI와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기회를 제공한 다는 측면에서 보람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 언급을 많이 했지만 이러한 모든 일이 진행될 수 있는 가장 조건은 현재 비즈니스의 좋은 결과 유지입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현재 주로 유통 산업 그리고 아키텍처 역량 및 자산 산출 역량, 그리고 신기술 이해와 활용, 그리고 고객과의 만나는 시간 늘리기, 리스크 관리를 가장 신경 씁니다.

상무님은 어떤 리더인가요?

저는 카리스마 스타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무선비즈니스 당시는 너무나 일에 몰입하다 보니 주변에 까다롭게 구는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 인식을 없애는 데 거의 6년 걸린 것 같습니다. 예전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최근 저와 대화를 해보고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주변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적용하다 보니 성향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리더라는 말에 사실 익숙하지는 않지만 제가 가장 배우고 싶은 리더십 스타일은 주변 분들, 동료나 직원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흔히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하던데 저는 그게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혹은 협업 리더십이라고 할까요? 그러니 저의 목표가 협업적이 되는 것이겠죠. 제가 실력면에서 주변사람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습니다. 사실 저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력하는 중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문가 상무로 일하면서 직원들이 원할 때 적절한 대답을 주고 도움을 주는 것들에 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 바가 종종 있습니다. 월급보다도 그 때 느낀 행복감이 어렵고 바쁜 와중에서도 저를 지탱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을 갈고 닦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위 분들이 도움을 원하는 시기에 적절한 지원을 해주고 그분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거꾸로 제가 몰랐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경우가 많아요. 봉사활동을 하면 봉사하는 사람이 더 많이 배운다고 하잖아요?

여성 리더의 롤 모델이 있나요?

건강상 몇 년 전 그만두셨는데 IBM에 한혜경 전무님이라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이런 얘기 듣고 놀라실지 모르겠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분이 저의 전문가 롤모델입니다. 혹시나 나중에 이 얘기 들으시면 “내가 있을 때 잘하지” 그러실 거예요. 확실한 전문영역이 있었고 직원들과는 스스럼없이 터놓고 대화하셨어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주셨고요. 제가 ‘아키텍트적 사고방식’ 강사에 지원할 당시 아키텍트 커뮤니티 리더로서 강사 모집 메일을 보내신 분이 한혜경 전무님이십니다. 그분은 DE와 관리자 임원(전무)을 동시에 하셨던 분인데 IBM내 최고 지위인 펠로우(국제적으로 몇십명 안됨)에 도전하기 위하여 관리자 임원의 길을 포기하신 분입니다. 뭔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 또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다들 알고는 있겠지만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고 과감한 결단에 지금도 존경해요. 전문가와 관리자를 동시에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단계 점프하기 위해 한쪽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언젠가는 오는데 하나를 버린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선택이잖아요.

워낙 직장과 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의 문제를 겪지는 않았나요?

밸런스라기보다는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이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하잖아요. 제가 우선순위에서 회사일보다 가족을 높이 놓은 건 작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시댁어른 분들 도움이 컸긴 하지만 처음 10년은 회사 일이 그리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과 양립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고 이후 몇 년 즉 무선 사업부 시절은 집안 일은 포기하고 회사일 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10년은 애들이 어느 정도 커서 알아서 하니 저의 부담이 많이 줄었죠. 그러다가 작년 큰애가 고3이어서 1년 프로젝트로 짬짬이 국내 입시 제도 연구하면서 지냈습니다. 휴가 내서 입시 설명회도 다니면서 큰애 적성에 맞는 대학과 과를 선택하고 일정을 챙겼습니다. 덕분에 큰애가 그 동안 안받던 스트레스를 제게 좀 받았죠. 어쨌든 가족의 중요한 일정은 챙겨야 하니까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엄마 얼굴을 볼 시간이 적었을 텐데 어떻게 보완했습니까?

제가 아이를 낳기 직전에 온갖 육아서적을 섭렵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가장 첫 번째 실천 방안 중 하나가 ‘일하고 들어온 엄마는 애가 반갑게 엄마를 반겨줄 때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애를 안아줘야 한다’한다는 것이었어요. 퇴근하고 오자마자 반가워하고 안아주면서 “네가 보고 싶었다”고 표현해 주는 게 먼저 손 씻고 위생 따지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 접촉의 순간에 애가 ‘엄마가 나를 그리워했구나, 엄마가 오니까 이렇게 좋구나’를 느끼게 해주라기에 그렇게 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엄마가 직장 다니는 것에 대해 애들한테 당당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의견을 받아들여서 제가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어릴 때부터 애들이 인사를 반드시 하게 했어요. 엄마가 나가는 모습과 들어오는 모습을 애한테 각인시켜주고, 그에 대해 애가 불평하지 않도록. 사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 부문이 가장 어렵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데 저는 무디어서 그런지 당당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무선 사업부에서 새벽에 나가고 한밤중에 들어오던 시절, 어느 날인가 둘째가 새벽 5시에 벌떡 일어나 엄마한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바로 방에 들어가 자더군요. 제가 그 동안 새벽에 일어나고 한밤중에 들어오느라 애가 주말에나 엄마 얼굴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애가 새벽에 엄마 나가는 소리 들릴 때를 대기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 때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그때 처음 죄책감을 느낀 것 같아요. 당시 사실 바쁜 업무로 인해서 건강이 체력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새벽에 운동을 다녔거든요. 그 일 이후로 방법을 바꾸어서 식사조절에 전념하고 주중에는 운동에 별도의 시간을 따로 내지 않습니다. 적어도 아침에는 애 얼굴을 보고 오기로 했으니까요. 덕분에 새벽 운동은 포기하게 되었고 지금은 주말에 가끔 운동합니다. IBM은 회사의 모바일오피스 정책 때문에 밤이나 주말에도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됩니다. 집으로 일을 싸들고 오는 결과가 되긴 하지만 애들은 제가 노트북 두드리는 모습만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더군요. 엄마가 아예 회사에서 늦게 오는 것보다는 집에서 신경은 못써줘도 있는 게 좋다는 거죠. 제가 집에서 일할 때는 커피나 찬물 떠다 주면서 일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저의 남편으로 말하자면 몇 년 전에 그러더군요. 자기는 아마도 비석에 ‘아내 등 짝만 바라 보다 간다’라고 적어야 할 거라고. 사실 남편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긴 합니다. 저와 같은 IT를 전공하는 관계로 집에서도 주로 대화 내용이 IT 부문이어서 서로 좋은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긴 합니다만 제가 좋은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남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선배의 도움으로 리더에 도전할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여성 리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안될 거야 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하고 싶어요. ‘내가 설마 될 수 있겠어?’ 라는 생각 자체가 장벽이더라고요. 그 생각을 버리는 순간 50프로는 된 거라고 봅니다. 저도 처음에는 전문가 임원 제도에 대해 알고 있었어도 저와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아예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한번 도전해 보세요” 라는 멘토의 말을 듣는 순간, 그분을 믿고 한번 해보자라고 마음이 바뀌었거든요.
‘우리 회사는 여자 임원이 거의 없었고 그러니 나는 될 수 없을 거야.’라는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이제는 의미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시장은 변하고 이에 따라 회사, 조직, 인사 정책 모두 변합니다. 대개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미리 준비했던 사람에게 기회가 갔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어떤 기회가 자신에게 오게 될지는 모르는 거죠.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 투자하고 현재의 일에 차별화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만나게 될 거라고 봅니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다양한 기회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회사 임원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임원 분들이 바쁘지만 도움을 바라고 오는 직원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사실 임원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죠.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에서 요청자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그 역량을 갖추기도 쉽지 않거든요. 깊이 있는 질문은 그만큼 조직과 커리어에 대해 고민했다는 반증이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기회를 달라고 하면 거절할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배우는 것에 있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의도 즉 의지와 커뮤니케이션 즉 열린 마음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