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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길을 만든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에 도전하다

김명희 / SK텔레콤 기업컨설팅본부장


1. 23년 만의 첫 이직, 안주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에 도전했다.

직장생활 23년만에 처음 회사를 옮겼는데, 어떤 이유로 이직을 결심했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연말에 헤드헌터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어요. 제가 가진 능력으로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이직을 권유 했어요. SK텔레콤(이하 SKT)에서 뽑는 포지션이 제가 IBM에서 15년 이상 한 일이고 통신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습니다. IBM에서 조직이 바뀌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이 그 일 같고 쳇바퀴 도는 게 아닌가 싶을 때였죠. 변화가 필요해 옮기기로 결심했어요. 이직 결정에 가장 크게 작용한 건 성장 가능성이었어요. 사실, IBM에서는 이미 검증을 받은 상태이고, 로드맵이 있는 상태였으니까 이직은 불확실한 세계로 뛰어든 거였죠. 그런데, IBM에서 3년 더 근무했을 때랑 SKT에서의 3년을 그려봤더니 국내 회사로 옮겨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제가 얼마나 실력을 발휘하고 성장할지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을 하면서 성과를 만들어 낼 지 궁금해졌습니다.

흔히 나이가 들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이직을 주저하게 되는데 반대였군요.

하하, 저는 오히려 나이 드니까 많이 재지를 않아요. 전 직장 동료들이 저를 신기해하며 “진짜 용감하다”고 하더군요. 거기서는 인정받고 어떻게 보면 쉽게 갈 수 있는데 여기서는 이제 시작이죠. 처음부터. 기득권, 저에 대한 이미지를 다 버리고 왔으니 하나하나 다시 쌓아가야 하죠. 한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온몸으로 겪어 보겠다 생각하고 옮겼고 지금 그 도전을 기꺼이 하나씩 받고 있습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텐데 왜 이직을 생각하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옮겨볼만 하지만 지금 이 조직이 싫어서라는 이유로 이직한다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SKT가 임원으로 영입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업무능력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조직에 대한 리더십. 이 세 가지 역량 아닐까요? 현재 제조직의 직원들이 120명 가량입니다. 제 생각에 여성 리더들이 전문성은 있는데 100명 이상의 조직을 잘 끌어갈 만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은 드문 것 습니다. 게다가 커뮤니케이션도 잘 해야 하고, 헤드헌터한테 들은 얘기인데 평판도 좋았다고 합니다.

이직 후 직접 겪어보니 어떻습니까? 그리고 짧은 기간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요?

기대한 대로 많이 배우고 있고 많이 다르다는 것도 느낍니다. 기업문화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 회의문화, 일하는 방식, 프로세스가 다 다르죠. IBM은 글로벌 회사이고 중요한 결정이 미국 헤드쿼터에서 이뤄지는데 SKT는 여기가 헤드쿼터라 일의 범위나 스펙트럼이 더 넓고 사업성이나 M&A 등에 대한 지식,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더 많이 요구됩니다. 옮겨 와서 1개월 이후 조직개편을 했습니다. 100여명의 직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고 그들의 역량이나 경험을 파악하고 제 조직의 미션과 직원들의 현황에 맞춰 조직을 정비했어요. 팀을 몇 개 만들고 세일즈 리딩 할 수 있는 기능 등도 추가했고요. 기업과 기업간 비투비(BtoB) 솔루션 사업이 주 업무라 관련 프로세스를 셋업 했고, 리스크 매니지먼트나 워크 프로세스를 비투비에 맞게 만들어 작동시켰습니다. 마음으로는 한 1년 이상 근무한 것 같네요. 몇개 TF팀을 만들어서 직원들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커리큘럼을 짰고요. SKT 전체에 산재된 솔루션들을 다 모아 정리하고 솔루션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고민은 없었나요?

제가 이직하고 나서 아직까지 후회는 별로 안 했어요. 이직 경험이 있는 남편은 옮기고 나면 떠나온 회사가 그리워지고 좋은 것만 기억이 난다고 하던데 전 기억력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안 그렇던걸요. (웃음). 성장 가능성이라는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금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으니까요. 머릿속에 단계별로 진행해야 할 일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한 단계씩 차분히 가고 있습니다. 다만 직원들과 같이 가야 하니까, 잘 따라오는지 점검하면서 완급조절이 필요합니다.

현재 SKT에 여자 임원이 4명입니다. 직원들이 여자 임원을 처음 대하는 경우가 많겠군요.

SKT에 여자 임원이 4명이 된 것도 올해 일입니다. 작년까지 한 명이었다가 연말에 한 명, 올해 두 명 더 늘었어요. 당연히 여자 임원과 같이 일해 본 경험이 드물겠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저를 생소해 하는 건 못 느낍니다. 직원들이 그런 얘기는 하더군요, “술도 세고, 일도 세고, 흐트러짐도 없다” 고요, 하하. 제가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약하지도 않아 많이 마셔도 말짱하게 집에 갑니다.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점심, 저녁으로 회식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2. 소통하는 리더, 진심은 통한다.

어떤 리더인가요? 따뜻하고 자상한 편인가요, 아니면 성과중심인가요?

일에 있어서는 성과 위주로 단호하고 철저해 무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일을 떠나서는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조직이 성과를 극대화하 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와 직원 개개인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행복하게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그런 면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점을 알고 싶어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리더십이라는 것이 한 가지 모습으로 고착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조직이 처한 상황에 따라, 조직의 목표 정도, 직원의 레벨이며 성숙도, 도덕성 등에 따라 리더십은 달라야 해요. 경우에 따라서는 강하게 일 중심으로, 또 어떤 경우에는 사람 중심으로, 밸런싱과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100여명이 넘는 직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했는데 반응이 어땠나요?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전까지 본부장 얼굴을 5분 이상 본적이 없대요. 직원들이 제가 1시간씩 일대일 면담을 하는데 대해 굉장히 놀라워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원래 제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직원들이 하는 일이나 보유 스킬, 경험, 성향, 관심사 등을 파악하지 않으면 리더로서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까요. 어떨 때 직원이 행복을 느끼고 성과를 내는지도 알고 싶고요.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데 같은 일만 오랫동안 하고 있는 직원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직원에게는 TF팀을 맡기는 식으로 리더가 배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리더는 조직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조직을 맡으면 일대일 면담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일대일 면담의 노하우가 있나요?

아닙니다, 저도 하면서 많이 발전했어요. 처음 할 때는 말이 딱딱 끊어지면 다음 질문은 뭘 할까 싶었어요. 그럼 터놓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니 얘기를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요즘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직원 개개인에 대한 백 데이터를 준비합니다. 팀 별로 직원 이름과 전문분야, 경험을 적고, 면담 과정에서 나눈 얘기도 기록해 둡니다. 이렇게 더해가다 보면 TF팀 멤버를 뽑거나 특정 업무를 배정할 때, 스킬과 흥미, 향후 커리어를 고려해서 적합한 직원을 쉽게 선택할 수 있고, 평가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배우기도 하니 윈윈이죠.

상사 앞에서 아랫사람이 솔직한 얘기를 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분위기를 유도했나요?

이전 회사에서도 그랬고, 지금 회사에서도, 처음 비서를 통해 면담 시간을 잡을 때는 다들 1시간이나 무슨 얘기를 하냐며 궁금해 했어요. 그런데 막상 하면 1시간을 훌쩍 넘어 3시간 넘게 얘기한 경우도 있어요. 어떤 얘기를 할지 미리 그려놓고 하는 건 아니고 그 상황에서 직원에게 귀 기울여주고, 가장 좋은 조언이 될 수 있게 얘기합니다. 그렇다고 회사 입장에서만 말하는 건 아니에요. 직원이 커리어나 이직에 대해 고민한다면 회사 상사로서 뿐만 아니라 제가 그 직원의 가족이라면, 선배라면 이런 식으로 가정해 스스럼없이 말해줍니다. 그 직원이 후에 인생 전반을 돌아보며 “아 그때 이런 상담이 정말 좋았어”라고 할 수 있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려고 해요. 직원들은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단지 회사의 상사로서 상사 입장에서만 하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인생 전반을 놓고 진정성 있게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인지… 진심은 통한다고 믿습니다. 상대방이 아는데 까지 시간은 걸릴 수 있겠지만…

존경 받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존경이란 포괄적인 단어인데요.

일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 전체 생활에서 존경받는 리더이고 싶습니다. “아 저 사람은 모든 면에서, 일이든 인생이든 존경할 만한 삶을 살고 있고, 그 삶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일에서 만의 성공은 반쪽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에서의 성공도 같이 가야 합니다.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존경 받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큰 조직을 끌어가는 리더십은 경험에서 쌓이기도 합니다. 여성들의 경우 이런 경험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조직 규모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특별히 어렵지는 않습니다. 제가 워낙 피플 매니지먼트와 조직 관리 분야를 좋아해 공부도 많이 했고요. 2007년에 전문가 트랙에서 매니지먼트 트랙으로 바꾸면서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고 오히려 업무 능력이 저하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많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제가 직원이었을 때 느낀 것들이고 나중에 리더가 되면 이렇게 해야겠다 생각도 많았고요.

정말 맞지 않는 직원이 있을 때는 어떻게 했나요?

저는 조직에서 리더의 가장 기본적 덕목은 공평한 처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야기 하는 공평한 처우는, 모든 직원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성과와 역량, 태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성과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세에 문제가 있다면 명확하게 경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을 잘 하는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다른 직원들도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민이 있을 때는 들어주지만 직원들을 달래거나 하진 않아요. 일례로 전 직장에 다닐 때 태도가 별로 좋지 않은 한 직원이 본인 급여가 작다고 팀장에게 “월급을 올려주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 제가 팀장에게 “나가라고 하세요” 그랬습니다. 조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직원들을 달래가면서 일할 시간은 없습니다. 또 나머지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요. “이 직원이 나가면 당장 공백이 생긴다고 월급을 올려주는 순간 열심히 일하는 다섯 명의 직원이 나갈 겁니다.” 제 생각이 이랬습니다.

리더가 결정하는 방향대로 반드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데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제 경우 목표에 대해 항상 공유합니다. 새로운 조직을 맡으면 임무나 목표, 현재 처한 도전이나 위기 등을 규정하고 직원들과 공유합니다. 어떤 단위든 조직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데서 출발하니 되더군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실행 안을 세운 뒤에는 반드시 끝까지 갑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왜 그럴까 정리해서 다음에 반영하고요. 실패하든 성공하든 꼭 뭔가 남게 합니다.

대기업 여성 임원이라는,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항상 열정을 간직하세요.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하루 만에, 한 달 만에 꺼지는 열정이 아니라 30년 동안 지속되는 열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열정이 사람을 빛나게도 해주죠. 표정만 봐도 그래요, ‘저 사람과 일하면 정말 열심히 할 것 같아’ 이런 기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리고 짧게 보면 일이 안 풀린다던가, 내가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거나 비전이 안 보인다거나 할 수 있는데 길게 봤으면 합니다. 긴 호흡을 하면서 항상 깨어 있으면 어떤 일을 하든 분명히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제 경우 어떤 일을 맡으면 일에 대한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를 연결시키는 방법을 썼는데 그러면 늘 일이 즐겁고,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에서 얻은 목표와 개인적 목표를 연결시킨다?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2010년 제 일의 목표는 주로 CIO 이상 고객들을 만나 회사의 가치를 파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IO, CXO들이 고민하는 부분과 우리 고객들에 대해 학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를 성장시켜 상위경영진들이 갖는 시각을 가져보겠다는 것이 개인적 목표였어요. 그래서 외부 포럼도 듣고 정보도 찾으면서 개인적으로도 성장하게 됐고 일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임원이 되겠다는 구체적 목표가 있었나요?

승진에 대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신입사원 때부터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제 몫을 다 하는 사람, 프라이드를 가질 만큼 일을 잘 하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조직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 목표였지 상무, 전무가 돼야지 이런 목표는 한 번도 세워보지 않았습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하루하루 성장하다 보면 승진은 따라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17년간 엔지니어로 재미있게 일하다가 회사의 제안으로 매니지먼트 쪽으로 커리어를 바꾸고 보니 또 다른 재미가 많았습니다. 엔지니어였을 때는 소속된 TF에서 그 기간만 변화시킬 수 있었는데 팀장급으로 올라가 조직을 갖게 되니 제 결정에 대해 실행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어요. 20명, 30명이 그 방향에 따라 같이 움직이니까요. 그때 느꼈습니다. ‘실행속도가 빨라진다는 것, 이게 파워구나. 이게 조직에서 올라가고자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우리 사장님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하.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내 인생에서 그것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 사실 일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이직하면서도 금요일 밤까지 일하다 월요일에 바로 출근했으니까요. 애 둘 낳으면서 딱 두 달씩 산후 휴가게 전부인데 그때도 되게 지루하던걸요. (웃음).

워커홀릭의 면모가 느껴집니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얘기하는데 저는 의도적으로 일과 생활을 분리하지는 않아요. 밸런스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스트레스 같아요. 생활 속에서도 자꾸 일 생각을 하게 돼요. 주말에 쉬면서도 생각을 멈추기 어렵고요. 찜찜하면 노트북 꺼내서 일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 그때 정리합니다. 생각이 흐르는 대로 해요. 사람마다 자기 성향이 있잖아요. 워크와 라이프를 칼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사람은 주말에 일을 떠나 재충전 하면 될 것이고. 저 같은 스타일은 그렇게 자르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워킹맘의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이 ‘엄마의 빈자리’ 인데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할머니가 있어도, 또 양보다 질이라고 위안해도 엄마의 빈 자리는 있습니다. 큰애가 중학교 1학년때 백일장에서 1등 한 글이 ‘나의 어머니’였는데 첫 구절이 ‘학교를 마치고 대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와서 불러보고 싶은 말, 어머니’ 그렇게 시작해 친구 집에서 친구 엄마가 숙제 봐주고 빵도 구워주는 게 부러웠다는 얘기, 학교에서 칭찬받거나 혼났을 때 나도 엄마가 필요했고, 엄마가 회사에서 늦게 들어 올 때는 무척 외로웠다는 얘기들을 썼고 ‘그렇지만 나는 안다, 엄마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라고 적었어요. 짠했지만 마음을 강하게 먹었습니다. 어차피 우리 애들이 겪을 인생도 그리 녹록하지 않을 텐데 그걸 경험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럴 때 일을 그만둘까 고민했나요?

아니오, 전 명확했습니다. 그로 인해 일을 쉬어야 한다든가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제가 저를 아니까. 일을 그만둔다면 제가 행복하지 않을 테고 그러면 가족에게도 도움이 안 되니까. 아이들에게 큰 문제가 생겨서 선택을 해야 했다면, 흔들렸을지 모르는데 잠깐씩 엄마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방통대에서 유아교육 공부를 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둘째 아이가 한쪽 신장에 이상이 있는 상태로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런 영향 때문인지 어릴 때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유아 교육 책도 보고 공부까지 하게 됐고 특히 유아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치원 보육교사, 정교사 자격증도 땄고요. 요즘은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정년 퇴직 후에도 20~30년 일해야 하니까 퇴직 후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면 보람 있을 것 같습니다. 유아교육을 공부한 것은 인생 전반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예를 들면, 애 키우는 것 뿐 만 아니라 직원들 멘토링 할 때도 유용해요. 사람은 누구나 존중 받고 싶어하고 자기 감정이 있기 때문이죠. 아이에게 화를 내기 전에 I-message 라고, “네가 이런 행동을 하니까 엄마가 이렇게 느껴지는 구나”라고 제가 느끼는 감정을 얘기함으로써, 무턱대고 아이를 비난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내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직원들 말을 먼저 듣게 되고요.